지난 토요일까지 진행한 [메르시아의 별] 캠페인을 결산과 함께 마스터 후기를 남겨봅니다.



1. 캠페인 진행내역


2/21:    준비모임 #1 - 지방, 속국 설정

2/28:    준비모임 #2 - 캐릭터 설정

3/7:      페룸 1회차 - PC 첫 만남, 유즈 노인의 비밀공방 조사, 전투.

3/14:    페룸 2회차 - 상층 구역에서 유스티치아와 만남, 상단 관저내 스파이 활동.

3/21:    페룸 3회차 - 최하층으로 도피, 광산구역에서 공장 폭파, 지하로 추락.

4/4:      페룸 4회차 - 드워프 지하왕국 유적 탐사.

4/25:    코린토스 1회차 - 라스카리스 학장, 오리움 노동자들, 알렉시오스와 접선.

5/2:     코린토스 2회차 - 올란도의 조직 강화, 마법대학 학생들을 독립당에 포섭, 연구 개시.

5/23:    코린토스 3회차 - 마동병기 개발 및 양산 논의 (암플렉타). 대규모 전투 준비.

5/30:    결전 - 대규모 전투 진행.

6/20:    에필로그 (예정)


총 준비모임 2회, 실제 플레이 8회로 본편 진행이 끝났습니다. 속국별로 무대를 돌아가며 진행하려 했지만, 페룸을 무대로만 4회, 코린토스를 무대로만 2-3회 진행하고 나머지 속국은 결국엔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네요. 한편, 전체적으론 초반에 얘기 나온 대로 "지하왕국에서 고대의 마동문명을 얻어 신병기를 만들고 제국과 싸운다"는 전개가 되긴 했네요.



2. 면모/특기 활용 내역


캠페인 시트를 다시 살펴보면서, 한번도 안 쓰인 면모는 붉은색으로 표시했습니다. 8회 플레이를 통틀어보면 그래도 캐릭터 면모가 한 번씩은 거의 쓰인 듯 하네요. 자주 부각된 건 아무래도 정체성 면모 위주였지만요. 한편, 지방/속국 면모는 문화면모 말고는 발현된 적은 별로 없던 듯 합니다. 페룸이나 코린토스 등은 플레이 속의 설정으로선 꽤 반영됐지만요. 


한편 특기도 안 쓰인 것들이 제법 되는 듯... 올란도의 [탄환논파], 카멘의 [아는 사람], 캐롤라인의 [기계공학], [약점분석] 같은 게 안 쓰인 듯 합니다. 이레네의 물질마법은 다양하게 활용된 것 같지만... 특기를 좀더 범용성 있게 정하거나, 아예 비워놓고 플레이 중에 채우는 식이 나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한편 플레이 진행을 반영해서 면모/특기를 좀더 유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자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아예 위에 얘기한 대로 플레이 중에 변경/추가할 기회를 주거나요. 시나리오 준비 단계에서 면모/특기가 활용될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플레이 중에 일일히 신경쓰긴 벅차네요.



3. 마스터링 평가 (룰 활용 측면)


페이트 코어의 기본 룰은 그나마 하면서 꽤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판정 난이도 설정이나 운명점 관리 같은 것도 후반 들어선 좀 감이 잡힌 것 같고요. 난관, 경쟁, 대결(신체적/사회적)은 다루긴 했지만, 충분히 그 깊이를 살리진 못한 듯... 예를 들어, 대결에서 실제로 '타격'을 입고 이를 회복하는 장면은 잘 안 나왔던 것 같아요. 


면모 활용도 주로 판정에서 발현해 보너스를 얻는 식으로만 쓰이고, (상황) 면모 그 자체가 서술로 갖는 효과는 제대로 살리지 못한 듯 합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흔히 나올 상태이상 면모 목록을 추리고, 따로 부수적 효과를 명시해두는 것도 나을지 모르겠어요. 


면모의 활용에 있어서, ORPG 환경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던 듯도 합니다. 테이블에서 둘러앉아 하는 TR 플레이였으면 한가운데 메모지로 면모를 표시하고 같이 살펴보며 보다 자유롭게 의논하면서 반영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ORPG다 보니 채팅창 외에 별도의 시트나 상황을 일일히 신경쓰기 어렵지 않았나 싶습니다. 


의사소통 속도나 자유도 면에서도 제약이 컸고요. OR의 한계 내에서 진도를 나가려다 보니, 디테일한 묘사나 연출, 대화 장면을 살리면서 진행하기 어려웠던 듯 합니다. 선언이 추상적으로 무슨 기능으로 판정하겠다 수준에 머물고, 캐릭터의 행동이 구체적으로 상황 변화 (새로운 면모)를 낳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는데 이르지 못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GURPS 같은 룰이면 룰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변수가 생기고 디테일이 나오는데, 페이트는 판정의 전후 상황과 결과를 좀더 서사적으로 풍성하게 해석/반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4. 감상


페이트 코어가 확실히 다루기 손쉬운 룰은 아닌 듯 합니다 (혹은 제가 여전히 다른 기존 시스템 방식에 젖어있거나요). 룰 자체는 간단하고 강력해보이는데,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관건인 듯 해요. 결국 이건 팀의 호흡과 역량에 달려있는 듯 하고요. 페이트 코어는 팀에서 서로 인물과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가 풍성히 나오고 이를 끊임없이 반영해낼 때 제 몫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편 플레이를 하면서 캐릭터 이해도가 서로 높아질수록 좋을 것 같고요. 이상적으로는, 마스터 1인이 각 캐릭터의 면모와 장기를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PC들끼리 서로 부대끼면서 각자의 면모를 드러내는 식이 되어야 하지 싶습니다. 


여튼 부족한 가운데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처음의 열의만큼 끝까지 전력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페이트 코어 연구회]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시작했는데, 정작 본편 진행하는 데만 신경 쓰기에도 버거웠던 것 같아요. 


플레이어로 참가하면서는 어떤 인상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진행 관련해 호오가 갈린 부분이라든지 다른 마스터와 차이라든지... 기회되면 격의없이 편하게 말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


Posted by 애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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