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토스를 배경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지하 유적에서 발견한 유산을 토대로 제국에 대항할 기반을 만들기 위해 자금과 연구자를 모으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 어떨까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단 독립주의자들의 지지를 가장 먼저 이끌어내야 할 테고, 가능하다면 제국 타도의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기회주의자 중에서도 유동층을 끌어들이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현실주의자라고 불리는 친 제국파들은 이런 움직임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게 될 텐데... 이들의 경우 온건파인 코린토스 자치당보다는 오히려 강경한 친 제국 노선을 걷는 제국부흥연대쪽이 더 협상의 여지가 있는 상대로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코린토스 자치당은 이와 같은 위험천만한 계획을 혐오하지만, 새로운 '문명인의 제국'을 지향하는 제국부흥연대는 오히려 구 코린트 제국의 영광을 되찾을 기회에 흥미를 보이고, 그중 일부는 이 기회에 급격히 전향하여 반 제국 노선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는 식으로요.


이에 따라 현재 코린토스의 전반적인 정치 구도는

 

코린토스 자치당: 유일한 제도권 내 정치결사로써 현재의 집권세력이며, 따라서 주요 공직자의 대다수와 도시 명사의 상당수가 여기 소속되어 있습니다.(이 때문에, 자치당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마음 속까지 제국을 지지하고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출세욕 때문에, 또는 자신의 입장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의 신념과는 별개로 입당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제국에 대해서는 코린토스 통치의 협력자임을 표방하고, 코린토스인들에 대해서는 제국 내에서 코린토스의 입지와 이익을 지키고 있음을 표방하는 것이 이들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제국부흥연대: 제국부흥연대는 정치결사라기 보다는 시민단체에 가까우며, 보수 우파의 역할을 담당하는 자치당에 비하면 극우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구성원 중 일부는 자치당 지지층과 겹치지만, 다른 일부는 자치당에서도 용인하기 어려운 입장을 표방합니다. 어쨌거나 이들은 공식적인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국은 딱히 이들을 후원하거나 지지하지는 않지만 탄압이나 제제를 가하지도 않는 상태입니다.

 

독립주의자들: 독립주의자들의 조직은 보통 코린토스 독립당이라고 불립니다. 물론, 공식적인 조직은 아닙니다.(제국이 용납하지 않겠죠) 그리고 그리 체계적인 조직도 못 됩니다. 각각의 독립주의자들이 개인적인 친분과 인간관계에 따라 소규모의 모임(흔히 세포라 불립니다.)을 구성하고, 독립당은 이 세포들의 느슨한 수평적 연계를 통해 형성된 것입니다. 규모는 의외로 상당한 편이지만, 조직 구성의 특성상 활발한 대규모 활동이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이 조직을 이용해 뭔가 큰 계획을 시행하려 한다면, 느슨하고 동제력이 약한 조직 구성부터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조직의 구성원들이 우월주의자와 지역주의자, 인권주의자라고 불리는 세 개의 파벌로 나뉘어 있음에도 별다른 내분이나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이런 조직 구성의 장점입니다.

 

기회주의자들: 대다수의 코린토스 시민들은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으며, 이를 잃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대다수의 코린토스 시민들은 옛 제국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피지배자가 된 현실을 불쾌하게 여깁니다. 자치주의와 독립주의라는 정치적 양 극단 사이에서 유동하는 대다수의 코린토스인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이 점을 잘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조합: 제국의 문명은 코린토스 시민들에게 어떠한 감동도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뭐, 시민들에게는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코린토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 외지인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코린토스 시민들의 오만함에 질린 이들에게 제국의 평등주의는 충분히 매력적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설령 참정권은 갖지 못했을 지라도) 이들은 코린토스의 정치적 상황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실체입니다. 이들 외지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각 직능별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러한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외지인 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역으로 외지인 노동자들을 위한 압력단체로 기능할 가능성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정도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만, 너무 정치와 사교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도 좀 곤란하니, 이야기 진행중에 도시 기반의 느와르한 첩보물 분위기를 섞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인물

#1. 테오도르 카찬차키스
테오도르 카찬차키스는 56세의 남성으로 코린토스 자치당의 당수이자 코린토스 자치의회의 부의장으로써 코린토스 자치정부의 실질적 수반입니다. 마법사들을 우대하고 문벌 가문들이 지배하는 코린토스의 정계에서 중산층 출신의 비 마법사인 이 인물은 꽤나 이질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당당한 풍체와 정력적인 추진력, 성실성, 합리주의적이고 사리에 맞는 일 처리, 두터운 인망과 리더쉽의 힘으로 코린토스 은행의 고위직을 거쳐 정계로 진출하여 오늘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다만, 제국에게 정복당하기 이전의 시기였다면 최고위직에 진출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가정 내에서도 좋은 가장으로써 아내와 다섯 자녀를 몹시 아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알렉시오스 발렌티니아누스 두카스

알렉시오스 발렌티니아누스 두카스는 72세의 남성입니다. 코린토스 최대의 명문귀족중 하나인 두카스 가문의 당주이자, 부자들이 많이 사는 코린토스에서도 가장 막대한 자산을 가진 인물이며 그 자신이 코린토스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코린토스 귀족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인물은 특유의 괴팍한 성격과 터무니없는 오만함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만함 때문에 위대한 코린트 제국의 후예들이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현실에 가장 격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단순히 괴팍하고 오만한 성격 때문에 제국의 지배에 대하여 종종 독설을 퍼붓는 노인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인물은 독립당, 특히 우월주의자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물질적 후원자이며, 정 반대 성향인 제국부흥연대의 일부 구성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인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제국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고, 이를 위하여 제국의 정당한 주권자인 황제의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족으로는 아내와 아들 한 명이 있었으나, 아들은 코린토스 정복 당시 제국군에 맞서다 전사하였고 그 직후 아내 역시 아들의 죽음에 의한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외에는 이레네의 외종조부라는 점이 특기할 만 합니다.

 

#3 미카엘 라스카리스

61세의 남성으로 명문 라스카리스 가문의 방계인 이 인물은 코린토스 최고의 마법사 중 한 명이자 코린토스 대학의 학장이며, 그 선량한 성품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평교수였던 당시부터 아무리 끔찍한 문제아나 불량학생도 인간의 마음을 모두 버리지 않는 한 차마 이 인물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는 못한다는 평판이 나돌았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성품 때문에 제국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사에 치를 떨고 있지만, 제국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에 나서기에는 마음이 약한 인물입니다. 현재 이 인물은 독립당의 인권주의자 사이에서 큰 인기와 영향력을 얻고 있지만, 정작 이 사람 자신은 자신의 제자들이 위험한 독립운동의 길에 나서는 것이 걱정되어 밤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4 조에 플라비우스 무르주플로스

23세의 여성으로 명문가의 후손인 이 인물은 상당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코린토스에서 가장 상태가 나쁜 두뇌의 소유자로 유명합니다. 이 인물은 속칭 '사령 클럽'이라 불리는 집단의 지도자로써, 죽은 이의 영혼과 교류하고 그들로부터 힘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바람직하고 현실적인 판단력과 양식을 가진 코린토스의 지식인들은 이들을 덜 떨어진 오컬트 심취자들로 여기며 경멸하고 있습니다.

 

#5 이사키오스 클라우디우스 콤네노스

이사키오스는 45세의 남성으로 코린토스 유수의 명문가인 콤네노스 가문의 가장입니다. 이 인물은 상당한 학식과 교양의 소유자로써 적절한 정세판단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판과 동시에 좋게 보면 온화하고 나쁘게 보면 우유부단하다는 평판 역시 갖고 있습니다. 특별히 두드러지는 기량보다는 적을 만들지 않고 친구를 잘 사귀며 시세를 거스르지 않는 데 힘입어, 코린토스 내에서 상당한 명망을 누리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성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 이 인물은 이레네의 아버지입니다.)

 

#6 루키우스 브루투스

제국 본토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거쳐 출세한 42세의 남성이며, 현재 제국의 코린토스 총독 겸 코린토스 자치의회의 의장입니다. 제국의 무자비한 철권통치의 대행자로써의 일면과 코린토스 문화에 심취한 교양인으로써의 일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일단 현재로써는 코린토스가 안정적이고 우호적인 식민지라고 여기고 있는 상태입니다.

 

덤: 코린토스 이름은 기본적으로 그리스식(특히 비잔티움 제국 시대풍)으로 지었습니다. 단, 가끔 중간 이름으로 로마식 이름이 들어간 경우, 그 인물은 섹스투스의 제자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명문가의 직계 후손입니다.(섹스투스와 그 제자들의 이름은 로마식입니다. 이건 뭔가 이야기 떡밥이 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예전에 등장했던 유스타치아의 성은 콤네노스로 바꿔야 하겠네요. ㅎㅎ

 

 

기타

기타, 플레이에 사용할만한 소재들입니다.

 

가정의례시행규칙: 표면적으로는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복잡한 코린토스 특유의 관혼상제 문화를 건전하고 실용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규칙.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마동기관 제작에 필요한 마법사의 시체를 확보하는 데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사망자가 발생했을 시 가족이나 연고자는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당국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신의 검사 및 장례절차에 제한 없이 개입할 수 있다. 특유의 장엄한 영묘 문화에 익숙한 코린토스인들은 이러한 시신의 '징발'을 몹시 불쾌하게 여긴다.

 

도시 풍경: 하얀 대리석이나 회반죽으로 지어지고 색색깔의 대리석이나 아름다운 장식 타일로 장식된 건물들의 아름다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또한, 마름돌이나 자갈로 말끔하게 포장된 도로, 가스등이나 아크등을 이용한 조명시설(특히 가로등), 도시 전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수도 설비 역시 코린토스의 명물이다. 그리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 공연이나 수 많은 극장, 공연장들은 번화한 관광 도시 코린토스의 중요한 매력포인트이며, 물론 이런 관광객들을 위한 오락/유흥 시설이나 숙박/접객 시설도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예술의 전당: 코린토스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의 종합 공연 시설. 오페라하우스, 대극장, 여러 개의 소극장등을 갖추고 있다. 아래에서는 한참 공연이 진행되는 와중에 천장의 골조와 서까래 사이나 지붕 위에서 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금융무역센터: 증권 및 금융거래의 중심지. 폐장 후 마구 흩뿌려져 날아다니는 주문지들 사이에서 뭔가 이벤트가 일어날수도 있을 것이다.

 

도서관/박물관: 코린토스 대도서관, 자연사 박물관, 미술사 박물관이 모여있다. 자료 수집이나 정보 조사에 관련된 이벤트들이 일어날 만 하다.

 

자치의회 의사당: 과거에는 제국의회 의사당이라 불린 곳. 몹시 위압적이고 품격있는 건물이다. 의사당에서의 연설 장면이나 회의 진행중인 의사당에 난입(최루탄 투척), 또는 무장 병력을 이끌고 의사당 점거... 등이 일어나도 재미있을 것이다.

 

투기장: 콜로세움 형태의 건물. 검투나 격투 시합이 개최되는 곳이다. 의외로 제국에서 파견된 고관들은 의외로 피 튀기는 시합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생각난 건 이 정도입니다. 아마 이것들을 다 등장시키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마스터가 준비해 놓은 소재도 있을 테고요. 이야기 진행에 따라 적당히 골라서 등장시키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물론 필요한 부분은 고치셔도 좋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